책리뷰

선비들의 평생공부법 - 김병완

쭈니의아빠 2023. 3. 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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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을 비롯해서 역사의 위인들은 그저 출세를 위해 공부하거나 책을 읽은 것은 아니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출세를 하기 위해 사심이 들어간 공부를 하면 그 어떤 정진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부하고 많은 책을 읽어도 사심이 들어가고 욕심이 생기면 그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읽어도 외우는 지식만 늘 뿐, 깨우침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다산은 “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공부도 나도 잃는다”라는 말도 하였다. 다산이 18년 동안의 유배 생활을 통해 500여 권 이상의 저술을 남기는 등 학문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사람은 지혜롭지만 또한 어리석은 존재이다. 무엇인가에 욕심을 내게 되면 오히려 그것을 더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지켜보았다.

출세를 위해 공부를 수단으로 삼으면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참된 공부가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다. 욕심 때문에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다산이 조정에서 출세하기 위해 공부했다면 그는 절대로 18년 동안 500여 권이라는 책을 저술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의 수단으로 삼아 하는 공부와 공부가 모든 것이 되어 하는 공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인격이 달라지지 않는 것은 공부를 출세의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고차원적인 공부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의 공부는 제대로 되었다고 할 수 없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공부한다고 말하는 지성인들이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어르신들에게, 건물을 청소하는 직원들에게 불친절하다면 이는 참된 공부를 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그들은 출세나 성공을 하기 위한 공부를 하였을 뿐이다. 다산의 참된 공부 정신을 현재 한국사회는 배워야 할 것이다.

셋째, 깨달음이 재빠른 것이다. 한 번에 깨닫고 이해가 빠른 사람은 한 번 깨친 것을 대충 넘기고 곱씹지 않기 때문에 투철하게 공부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공부를 설렁설렁하는 버릇이 있는데다 오래 붙잡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말한 사람과는 달리 비록 머리는 둔하지만 계속 열심히 하면 지혜가 쌓이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며, 답답한데도 꾸준히 하면 학문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다산이 황상에게 한 이 말을 읽으면서 필자는 가슴을 쳤다. 머리가 좀 나쁘고 둔한 사람들이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때부터는 학문하는 것에 거칠 것이 없게 된다는 사실을 다산이 강조하였기 때문이다. 머리가 나빠서 둔하고 막혀 답답한 것은 모두 부지런히 공부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즉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면 풀린다"는 게 다산의 가르침이다. 다산은 이때 나누었던 문답을 글로 작성하여 제자 황상에게 주었고, 황상은 이를 평생 간직해 항상 보고 또 보며 나태해질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학문에 정진하였다.

이처럼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것이 삼근의 주된 핵심이다. 공부할 때는 첫째도 부지런하고 둘째도 부지런하고 셋째도 부지런하라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자세가 공부하는 최고의 자세라는 것이다.


아집에 사로잡혀 공부하면 자꾸 편협해지고 독해지며 못된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렇게 공부한다면 헛공부라는 뜻이다. 공부하는 보람을 세상과 담을 쌓는 데서 찾는 것 또한 공부에 대한 모독이라고 그는 말하였다.

다산은 공부를 하였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툭 터져야 하고 그 덕분에 식견을 깨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산 정약용이 생각하는 참된 공부법은 고문 구절을 따서 글이나 짓고 풀이나 물고기 이름에 주석이나 다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편안케 하고 나라의 살림을 넉넉하게 하며 백성이 문무에 능하도록 교육하고 외적의 침입을 막는 일 등을 모두 참된 선비가 해야 할 공부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공부하는 이유는 자신이 바르게 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또한 세상에 쓸모 있는 것을 만들고, 자기 자신도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했다. 선비라면 공부를 통해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을 편안케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가듯 짧게 공부하기보다는 차곡차곡 쌓아 하나의 커다란 흐름을 만드는 축적된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하나를 배우면 바로 하나를 떠드는 그런 얄팍한 공부를 경계하고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고 싶어 다른 이에게 떠벌이는 그런 공부 또한 조심하라고 말했다. 또한 다산은 배우는 것에 치중하는 공부도 경계하였다. 그저 배우기만 하고 그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여 자신의 성품을 다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공부하는 보람이 없다고 하였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공부, 백성의 삶을 좋게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돌려서 말한 것이다.

이는 자신이 매우 많이 배웠고 기억력이 좋으며 글을 잘 짓는 데다 말도 잘 하는 것을 뽐내면서, 온 세상이 자신보다 비루하다고 얕잡아보는 그런 공부를 다산이 매우 싫어하였다는 뜻으로도 해석 할 수 있다. 즉 많이 배우기만 하는 것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산에게 있어 공부는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해서 깊이 사색하고 의문을 품으며 분별하고 이를 실천하여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책을 그냥 읽기만 한다면 하루에 천백 번을 읽더라도 읽지 않은 것과 같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에는 한 글자라도 그 뜻을 분명히 알지 못하는 곳이 있으면 반드시 넓고 깊게 연구하여 그 글자의 어원語源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그 글자가 사용된 문장을 이 책 저 책에서 뽑는 작업을 날마다 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 한 권의 책을 읽을 때에 아울러 100권의 책을 두루 보게 되며, 읽고 있는 책의 의미를 환하게 꿰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도 생각이나 행동이 조금도 바뀌지 않고 그저 지식의 축적과 습득만을 일삼는다면 올바른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읽게 되면 겉으로 꾸미는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책을 읽은 것을 남에게 자랑하게 되며 읽지 않은 책도 읽은 척하게 되니 공부하는 사람은 이를 반드시 경계하라고 하였다.

그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통달해야 하고 마음으로 체득하여 몸으로 실행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마음으로 체득하고 몸으로 실행하면 생각과 행동이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공부하는 사람은 인생이 달라진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하여 숙독하고, 통달하여 의문이 없도록 할 때까지 읽는 것”이 율곡의 공부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이 방법은 오늘날에 맞게 변형할 필요가 있다. 그 당시에는 참고할 수 있는 책을 쉽게 구하기도 힘들고 그 양도 많지 않았기에 이러한 공부법이 필요했지만 오늘날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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