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날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혁신적인 기업들에서는 거의 동일한 프로세스를 통해 창의력이 발휘되고 있으며, 그 원천은 개개인의 창의성을 모아 집단의 창조력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기업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키는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이것을 '집단창조력'이라 부르고, 어떻게 해야 개인과 조직이 이러한 창의성의 숨결을 조직 전체에 불어넣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그리고 일련의 규칙들을 살펴볼 것이다.
창의력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영역이나 개인의 관심사로서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모든 분야, 모든 부서, 모든 직원에게 널리 보급되어야만 하는 성공적인 기업운영의 핵심이자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엔론에는 똑똑한 인재들만이 있었을 뿐 개개인의 창의성을 모아 집단의 창조력으로 발전시키고, 이것을 기업의 경쟁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엔론식의 성과평가 방식과 보상시스템,소수의 영웅적인 직원들에게만 허락되었던 자율은 오히려 조직 전체의 창의성을 죽이고 직원들을 해이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게 똑똑한 인재들은 도리어 독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기업이 바로 엔론이다.
오늘날의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덫도 바로 이것이다. 한 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엔론 사태가 보여주듯이 21세기의 기업 경쟁력은 결코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장점을 취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조직 전체, 즉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이들이 얼마나 창의적이 되고,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가는 근본적으로 이들을 이끄는 시스템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기업들은 어떤 방법을 통해 집단창조력이 발휘되는 시스템을 계발하고 유지해 나가고 있을까? 이것은 먼저 조직에 창의성의 숨결을 불어넣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철저한 주인의식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마치 작은 사업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파격적인 권한을 위임받는다. 홀푸드의 기본적인 조직단위는 매장이 아니라 팀 단위로 구성된다. 그리고 사업도 전적으로 팀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다. 각 매장은 해산물부터 농산품, 계산대에 이르기까지 대략 8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작은 팀들이 가격결정이나 주문, 채용, 매장내 제품홍보 등 운영상 중요한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지고 있다. 홀푸드는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것 외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동기와 의욕을 유지하도록 무한한 신뢰 속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을 실시하고 있다.
훌륭한 길잡이 원칙은 이렇게 전 직원이 회사의 공동목표에 맞춰 일 할 수 있는 힘을 준다. 홀푸드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조직원들의 행동을 이끌어가는 공동의 목표가 되며 그 안에서는 개개인의 자유를 허락한다는 불문율이 되기도 한다. 즉 공동의 목표를 정했다면, 그 안에서는 각 구성원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권한과 자유를 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직원들이 좀 더 서로를 배려하며 조화롭게 일할 수 있게 하며, 자기 상황에 맞게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W호텔의 '고객을 따뜻하고 친근하게 위하는 마음' 이라는 길잡이 원칙은 어떤 직원에게는 고객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어주고, 친근하게 대함으로써 고객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또 다른 직원에게는 고객에게 무작정 친근하게 다가가기보다 고객이 원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성심껏 챙기고 호텔에 묵는 동안 마치 내 집에서 머무는 것처럼 편하게 느끼도록 면밀히 배려해야 함을 의미할 수 있다. 두 직원 모두 이 길잡이 원칙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상황에 맞게 해석하여 서로 다르게 활용한 것이다.
훌륭한 길잡이 원칙일수록 구성원들은 그것을 규칙이나, 관습으로 느끼지 않는다. 규칙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말해주는 지시적인 제시사항을 말하고, 반복적이고 융통성이 통하지 않는 영역을 의미한다.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회의의 기술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개인의 역량이다. '창의적 아이디어의 시작은 결국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뒤바꿔버린 '죽이는 아이디어(killer idea)'는 조직구성원들이 모여 집단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에 나오기도 하고, 회사 내 카페테리아에서 나누던 잡담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맡은 프로젝트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고심을 한 끝에 “유레카!”를 외치며 나올 수도 있으며, 평소 불편하게 생각했던 생활 속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도 나온다.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이 창조경영의 주체로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맨이 되고자 마음먹는 순간, 기업은 끊이지 않는 아이디어의 원천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창조'와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이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글, 애플, 픽사, 아이테오 등의 기업들은 다양한 관점을 가진 창의적 개인들의 역량이 사회화 되어 쏟아져 나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끝없이 상조하고 혁신을 가능게 하는 원동력을 사람, 즉 창의적 인재로부터 나온다고 본다.
'소비자들은 과연 더 작고 더 기능이 많은 MP3 플레이어를 원하는가?'
애플은 기능에 별 차이가 없다면 좀 더 아름다운 것에 끌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읽어냈다. 'MP3 플레이어의 기능을 가지고 경쟁하기보다, 더 아름답고, 더 많은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함께 제공하면 어떨까?' 애플은 당시의 상황을 분석하고, 소비자들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잠재된 욕구를 찾아내 상품화했다. 음반가게에 직접 찾아가서 CD를 사지 않고도 인터넷을 이용하여 음악을 구입할 수 있고, 그것을 직접 저장하여 들을 수 있는 멋진 뮤직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결과 아이팟은 기존의 하드웨어의 역할만 하던 MP3 플레이어가 아닌, 아이튠스(Tunes)라는 MP3 다운로드 소프트웨어를 가진 아름다운 디지털 IT기기로 탄생했다.
창의적 관점이란 이렇게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체계적인 질문을 통해 거듭해서 물어나가는 것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소비자의 시각에서 의문을 가지고 접근하다 보면 창의적인 해답을 얻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녀는 연필과 종이 없이 기차에 앉아 자신이 앞으로 창조하게 될 마법 세계에 대한 총제적인 비전을 마음속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렇게 마음속에 떠오르는 어떤 아이디어를 이미지로 만들고 시각화해보는 것은 창의적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전 단계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미지화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한 장의 그림으로도 아이디어 표현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가토 마사하루는 《생각의 도구》에서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아이디어라 할 수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림으로 표현되는 아이디어라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 상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구체화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할 때 개념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 프레젠테이션이 그 좋은 예다. 잡스는 모든 메시지를 동영상, 사진, 차트 등으로 바꾸어 누구나 빨리,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정보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상대방의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보완해 나가는 데도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생활 속에서의 작은 편리함을 원한다. 전철이 제대로 오고 있는지, 버스가 몇 분 후에 오는지, 현재 교통상황은 어떤지 등의 것들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기능은 뛰어나되 사용이 복잡한 것보다는 기능은 좀 모자라더라도 편리한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진 서비스가 많이 나오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애플은 단순한 룰만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들이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공간만 많이 만들어준 것이다. 애플은 시장을 만들었고, 그 시장은 개개인들의 힘으로 수요와 공급을 이어가는 일종의 생태계가 되었다.
닌텐도(Nintendo)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욱 복잡한 기술을 만들어 내기에만 치중하던 게임업계의 무한경쟁 구도를 뒤집고, 닌텐도는 기술적으로 열등할 뿐만 아니라 80년대로 후퇴한 듯한 컨셉의 게임기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꿰뚫어 본 통찰에 그 원인이 있었다.
게임회사들은 경쟁사의 제품보다 더욱 성능이 좋은 하드웨어, 더욱 현실적인 그래픽, 더욱 복잡한 스토리의 게임을 한발 앞서 출시하는 데 골몰해왔다. 그런 기업들이 업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해온 과정이 곧 게임산업의 역사였다.
그런데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지금껏 게임산업을 지배해온 이런 경쟁의 결과물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웠다. 그렇게 복잡한 계임을 즐기려면 게임의 구조와 기기 작동법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가 던진 질문은 바로 '왜 전체 인구 가운데 극히 소수만이 게임을 즐기고 있을까?'였다. 이 질문에 관해 닌텐도가 찾아낸 해답은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의 고객이 아닌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매우 단순하고 놀라울 것이 없는 사실이었다. 닌텐도는 이를 바탕으로 비소비자를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것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쉬운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단순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게임기기는 값비싼 최첨단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장착한 고성능 기계일 필요도 없었다. 이를 토대로 닌텐도는 80년대로 돌아간 듯 단순하고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기인 닌텐도 DS와 닌텐도 위(wii)를 출시했고 두 제품 모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뛰어난 서비스가 아니다
아이폰에는 앱스토어라는 소프트웨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것은 아이팟의 아이튠스(iTunes)와 비슷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이다.앱스토어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이곳에서 개발자들이 만들어서 올린 응용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아이폰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온라인 프로그램 시장이다.
여기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개발자가 수익의 70%를 갖고 애플이 운영과 홍보비용으로 30%를 갖게 된다. 앱스토어는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응용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풍부하게 함으로써 애플의 고객 모두에게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재주는 고객이 넘고 거기서 나는 수익은 애플이 아무 추가적인 노동 없이 챙겨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이 이런 획기적인 생각을 해내게 된 것은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본 헤안에 있다. 소비자들은 뛰어난 서비스만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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