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초서독서법 - 김병완

쭈니의아빠 2023. 3.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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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대로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사고하면서 치열하게 독서를 했는지 아닌지 알아보는 최고의 방법은 쓰기를 해보는 것이다.

나 역시 눈으로만 독서를 했던 8개월보다 손으로 쓰면서 독서를 한 8주 동안 훨씬 더 많이 독서력을 키울 수 있었다.

속도보다 중요한 이해와 기억을 위한 독서법 초서 독서법은 속도보다 더 중요한 이해를 위한 독서법이다. 물론 책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생각의 양을 늘리고 깊이를 더해 새로운 견해와 의식을 확립해주고, 의식 확장까지 시켜주는 놀라운 독서법이다.


초서 독서법의 효과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각하게 한다. 그것도 깊고 넓게 통찰하게 한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어진다고 했다.

첫째, 뇌는 반복되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뇌과학상 완벽하게 천천히 한 번 읽기보다는 여러 번 자주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뇌는 감정이 담긴 것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독서를 기계적으로, 무미건조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셋째, 뇌는 이미 아는 지식이나 정보와 관련 있는 것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왜냐하면 지식과 정보는 항상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확장하고 생성되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힘든 분야가 바로 지식과 정보다. 그래서 이미 많은 것을 아는 전문가가 초보자보다 해당 분야의 책을 읽고 이해하고 책에서 새로 얻은 지식을 유지하기가 몇백배 더 쉽고 빠르다. 또 지식과 정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넷째, 뇌는 그 사람이나 그 사람의 삶과 관련한 정보와 지식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독서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늘 연결시켜 읽고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섯째, 뇌는 손으로 쓰는 것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한다. 손은 외부로 나온 또 다른 뇌이기 때문이다. 초서 독서법이 뇌를 자극하고 깨우고 활성화하여 뇌에 각인시키는 전뇌 독서법인 이유가 상당 부분 여기에 있다.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두뇌"라고 칸트가 말했다. 손을 움직이면 뇌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손을 자주 쓰는 사람이 지능도 발달하게 된다.


당신의 독서가 읽는 데서 끝났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다. 진정한 독서란 법고창신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법고창신이란 제대로 읽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법고만 하고, 창신을하지 않았다면 그저 책을 읽은 척했을 뿐이다. 제대로 책을 읽었다면 반드시 그 결과가 책이나 노트나 강의로 이어져야 한다.

정약용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마키아벨리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렇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읽는 척만 했는지, 아니면 제대로 읽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을 읽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새로운 미래를 만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위대한 독서가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고도 새로운 미래를, 새로운 인생을 만들지 못했다면 읽은 척만 했을 뿐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책을 수단으로 삼아서 읽지 말라는 뜻이다. 모든 욕심과 집착을 버리고 순수하게 책을 읽고 책에 빠져들라는 말이다. 내가 3년이라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그 기간 동안에 놀라운 성과를 얻은 것 역시 마음을 비웠기 때문이다.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약용은 독서할 때 중요한 내용을 베껴 쓰는 일을 그만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두 아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궁금하거나 의문스러운 점에 대해 왜 질문을 던지지 않느냐고 나무라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취사선택하고 판단하고 비판하고 의식을 확장하는 초서 독서법의 과정인 것이다.


타인의 저서를 읽고 그것을 토대로 책을 쓸 때도 초서 독서법의 원리는 그대로 적용된다. 먼저 자신의 학문에 주견이 뚜렷해야 한다. 그 주견이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으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만 초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책을 쓰면 된다고 정약용은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초서 독서법과 책 쓰기는 그 원리와 방법이 거의 같다.


과거 저자는 삼성전자 휴대폰 연구원이었다. 10년 이상 연구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직장인의 삶이 지는 낙엽 같다는 깨달음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3년 동안 도서관에 거의 칩거하다시피 하며 '1,000일 독서'를 실천했다. 당시 저자가 읽은 책은 무려 1만 권에 달했고, 어느 날 깨달은 글쓰기의 즐거움 덕분에 그는 '3년 1만 권 독서, 3년 60권 출간'을 하면서 '신들린 작가'라는 호칭까지 얻게 되었다. 현재는 국민 독서법 멘토, 국민 책 쓰기 멘토로 책 읽는 대한민국을 이끄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진정한 독서를 하려면 다음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독서는 디코딩이 아니라 씽킹이다.
둘째, 독서는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셋째, 독서는 독자와 저자와의 대화이며 상호작용이다.
넷째, 독서는 생각의 재료를 얻는 과정이다.
다섯째, 읽을때마다 목표와 목적이 정확히 있어야한다.
여섯째,단어나 문장이 아닌 주제나 주장을 읽어야한다.
일곱째, 읽었다면 반드시 자기만의 한문장을 창조해야한다.
여덟째, 책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고, 적용해야한다.
아홉째, 책을 읽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 있어야한다.

독서를 제대로 하면 책을 읽기 전과 비교해 뭔가 달라져 있다. 책을 읽기 전과 똑같다면 시간낭비를 한 셈이다.

인지심리학에서 인출 작업은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찾는 탐색 과정 혹은 장기기억에서 작업 기억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최신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이런 인출작업을 꼭 거쳐야 한다고 한다.

정교화 작업도 마찬가지다. 정교화란 교육심리학 용어로 어떤 정보만 독립적으로 이해하고 기억하는 단순한 방법에서 벗어나, 이 정보와 관련된 것들을 덧붙여 정보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심화·확장시키는 사고 전략이다. 정교화 작업을 거치면 더욱 오래 기억되고 그 내용이 강화되기 때문에 장기기억에 가장 좋다.

지식과 정보는 유기적인 특성이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새로운 연관 지식과 정보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이것은 망망대해에 바위섬이라도 있어야 수면 위에 서 있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지식이 거의 없다면, 만약 모든 분야에서 초등학생 이하의 수준이라면,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배우는 것이 굉장히 적거나 하나도 없을 수밖에 없다. 작은 지식이라도 있어야 그것을 주축으로 더 다양한 지식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감성적인 면도 기억과 유지에 매우 유리하다. 그래서 관련 지식이 많을수록, 자신의 삶과 연관성이 많을수록, 감성적으로 연결이 많을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예를 들어 독도에 대해 지식적인 측면만 배우고 암기하는 것보다는 독도를 더 아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이를 표현하는 쪽이 독도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훨씬 오래 기억된다.

가령 철학자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그 철학자를 읽는 것이다. 데카르트를 읽으면서 실증주의에 대한 기본적 배경지식이 빈약한 사람은 절대로 해독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엄청난 독서를 하여 실증주의에 대해 높은 수준의 배경지식을 가진 독자일수록 데카르트를 제대로 해독해낼 수 있다. 해독이 잘못되는 이유는 배경지식의 부재에 근거한다.

유는 지식의 유기적 성질 때문이다. 지식은 무에서 창조되기 힘들다. 기본이 되는 지식이 있어야 거기서 새로운 지식이 확장될 수 있다. 기둥도 뿌리도 없다면 절대로 가지를 뻗어 나갈 수 없다.



반복 학습법이란 공부법이 있다. 반복해서 주입식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식을 주입한다 해도 뇌는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공부 과정에 인출 작업과 정교화 작업을 집어넣으면 뇌는 지식을 무한정 받아들인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 많다. 그 놀라운 지식과 정보력으로 책을 몇 권이나 거뜬히 쓸 수 있을 듯 보인다. 하지만 막상 책을 쓰라고 하면 원고지 한 장을 채우지 못한다. 나도 3년 동안 눈으로만 책 만권을 읽었다면 지금처럼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초서 독서법은 이렇게 책을 쓸 때 그 위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초서 독서법이 책을 쓰는 데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강의 때 어떤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초서 독서법을 해오다 보니 두뇌에 알찬 지식과 정보가 체계적으로 차곡차곡 저장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참으로 기분 좋은 느낌이다. 정신없이 읽기만 하는 독서는 급하게 먹는 음식과 같다.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자칫하다가는 체한다. 이런 독서를 정약용은 매우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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