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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천재

쭈니의아빠 2023. 3.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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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모전을 치르면서 늘 기본대로 했다. 변칙은 기본을 당하지못한다. 본질을 꿰뚫는 아이디어만 하나 있으면 잽을 여러 번 날릴 필요가 없었다.

내가 공모전에 당선되는 이유는. 나는 말이 필요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대신 그림으로 도전했다. 말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그림은 만국 공통이다. 그걸로 핵심을 건드린다.


그저 정직하고 단순한게 좋다. 그래야 안 질린다. 70대의 이모 할머니도, 12살짜리 내 조카도 좋아한다. 아마 내 작품은 100년이 지나도 낡은 것처럼 보이지 않을 거다. 나는 100년을 내다보고 작품을 제작한다. 그러자면 단순해야 한다. 그게 진리다. 진리는 단순하다.

기획서도 두 장으로 끝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한 장에는 문제 심쓰고, 다른 한 장에는 해결책 쓰는 식이다. 이렇게 간단 명료하지 않으면 해결책을 못 찾았다는 얘기다. 솔직히 시안 발표할 때도 사인펜으로 아이디어만 정확하고 간결하게 그려 보여주면 된다.

“우리 회장님께서 대충 설명하면 성의 없다고 싫어하실 겁니다.”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한 시간 아이디어 짜고 포토샵하는데 10시간씩 들이는 게 정상인가, 10시간 아이디어 짜고 한 시간 스케치하는 게 정상인가?

물론 이쁜 신발, 좀 더 넓은 아파트, 신상품 드레스 사 입게 하는 것도 행복한 광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집 없는 사람이 집을 얻고 얼어 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옷을 입혀 주는 게 훨씬 더 행복한 광고가 아닐까. 잘 나기는 사람 더 잘나가게 하는 거보다 죽어가는 사람 살리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기사회생하게 하는 광고가 더 의미 있지 않은가?

그런 줄도 모르고 직원을 총알 탄피 갈아끼우듯 하는 광고회사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후배들은 박 터지게 경쟁하고 무엇보다 내가 뺑쟁이가 되어가는 게 힘들었다.

집 없는 사람 쎄고 쌨는데 어울리지도 않는 귀족 옷차림으로 톱스타를 치장시켜 궁전같은 아파트를 구입하라고? 자원 고갈이 코 앞인데 최첩단 대형차를 타라고? 얼굴과 몸매만 가꾸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여자들 콧구멍에 바람이나 넣으라고? 청소년에게 돈이 최고라고 세뇌하라고? 돈 없는 사람들 살맛 안 나게 하라고?

상업광고에 점점 정나미가 떨어져 가면서 나는 공익광고 쪽에 자꾸 눈이 갔다. 돈이 안 되는 척박한 여건이지만 공익광고의 내용과 목적이내 유전자와 맞았다.
전쟁으로, 환경오염으로, 기아로 당장 사람이 죽게 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케아 가구를 사라, 나이키를 신어라, 오레오를 먹어라, 이야기하는 것보다 배짱에 맞았다. 돌이켜 보니 즐겁게 작업한 것도, 좋은 성과를 가져다 준 것도 모두 공익광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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