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독서경영의 힘 - 안계환

쭈니의아빠 2023. 3.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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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생들과 만나는 강연장에서 자신이 감독이 될 수 있었 던 가장 큰 힘이 신문과 책 읽기라는 점을 밝혔다. 참신한 시나리오를 쓰는 방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유에서 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취재해서 열심히 기록해 둔 것은 그 자체로는 완벽하지 못하지만 두세 가지를 섞으면 참신한 기획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요즘도 하루에 신문 두 가지 이상을 읽고 독서를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당시를 기억하거나 매체를 통해 사건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감독이 설정한 장면을 통해 공감하게 되고 주인공에 몰입한다. 그들은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박수를 친다. 결국 그의 시나리오 작성능력과 흥행영화 연출력은 그가 읽은 다양한 자료와 책을 통해 나오는 셈이다.

독서를 통해 더 나은 능력을 개발하고 성과를 거두라는 이야 기는 많은 이들이 강조한다. 내가 근무했던 삼성그룹 임원 중에 독서를 하지 않는 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모셨던 사업 부장도 내게 새 책을 구입해 주기를 자주 부탁했었고, 다른 이들 에게 자신이 읽은 책 추천을 마다하지 않았다. 매년 30% 정도의 임원이 자리를 잃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책을 읽지 않는 이는 밑천이 보일 수밖에 없다. 창업에 성공한 이들 중에 직장생활을 그냥 흘려보낸 이는 아무도 없다. 늘 책을 읽고 세상 변화에 관심을 두고 준비한 이들이 때를 만나면 성과를 얻게 된다.

책 읽기의 의미

일을 하다보면 우리는 늘 지식을 구하게 된다. 조직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통찰력도 필요하고, 국가에서 벌어지는 온갖 정치현상에 대한 옳고 그름도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보고, 듣고, 읽는 것이 필수다.


실제업무는 실무 전문가들이 수행하고 관리자들을 통해 업무가 조정되므로 최고경영자는 상상력을 발휘해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조직에는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절대적이다. 리더는 혼 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스스로도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해야 하지만 개인성과보다는 조직성과를 추구해야 한다. 조직에는 뛰어난 사람도 있고, 보통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고, 또 무능한 사람도 있다. 성격이 급한 사람도 있고 느긋한 사람도 존재 한다.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 새로 들어온 젊은 신입사원도 있다. 이들을 잘 이끌고 험한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할 선장이 바로 리더다.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은 리더가 된다. 직장에 오래 다니다 보니 나이를 먹어 리더가 되는 경우도 있고, 창업을 해서 수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 아무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리더가 되면 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어느 날 갑자기 조직을 맡게 되었는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망가뜨리는 리더도 많다. 창업에 큰 꿈을 갖고 뛰어들었는데, 자신의 사업 분야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조직을 이끌지 못해 파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사람의 마음에는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상처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상처는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니지만 자신에게는 매우 심각하다. 이 상처는 결국 콤플렉스를 넘어 인간관계나 생활의 많은 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람, 형제간의 경쟁과 이를 부추긴 부모로 인해 심각한 성장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도 상사와의 인간적인 트러블로 인해 직장생활에 큰 스트레스로 억눌리는 등 여러 모습들이 존재한다. 이를 다독여주고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독서치료의 목적이다. 병원에서 장기치료 중인 환자들을 위해 쉽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며 지역 도서관에서 도 다양한 활동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독서란 눈으로 보는 것이지만 뇌가 이해하는 행동이다. 따라 서 뇌에서 이해되지 않는 지식은 기억 저장 공간에 담길 수 없다. 또 지나치게 쉬운 내용을 흡수하려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이 미 아는 내용을 다시 본다는 건 아주 지겨운 일이다. 더 이상의 독서행위는 이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이미 갖고 있는 지식수준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게 필수다. 그 기준은 뭘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택을 할 때가 가장 좋다. 호기심은 질문에 대답하고 열려있는 패턴을 닫는데 필요한 지적 능력이다. 우리의 호기심은 적당한 수준의 난이도가 있을 때 가장 크게 발휘된다.

카네기멜론대학의 행동경 제학자 조지 로윈스타인이 지적한 '공백이론'이 여기에 쓰일만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적당한 공백상태에 있을 때 호기심이 생겨 채우고 싶어진다는 이론이다. 사람은 지식 공백이 있을 때 고통이 생기고 이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 빈 공간을 메우려는 의지가 있다. 무언가를 알고 싶은데 알지 못할 때의 느낌은 약간의 근질거림과 비슷하다.


읽다보니 웬만큼은 알겠는데 모르는 내용이 요소요소에 숨어있어 호기심이 자극되는 책이 있다면 그게 좋은 책이다. 이를 읽다보면 손에서 놓지 않고 끝까지 도달할 수 있다. 대략 수치로 표현해 본다면 70% 정도 아는 내용이 포함되고 잘 모르는 내용이 30% 구성되는 게 좋다. 그래야 알고 싶은 30%를 향해 끝까지 책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30%를 알고 70%를 모른다면? 이것이 바로 베개이고 수면제다. 책만 읽으면 바로 잠이 온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경우다. 내 지식수준으로는 너무 어려워 재미가 없 거나 관심 분야가 아니어서 호기심도 자극하지 못한다. 그때에 는 곧바로 서가에 꽂아두고 다음을 기약하길. 억지로 읽어봐야 별 의미가 없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아니면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써의 웹툰이 든 읽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여기서 삶의 위안을 얻는다면 책을 읽는 의미는 충분하다.


여몽의 학문이 깊어진 것을 알고 깜짝 놀라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다. 그러자 여몽은 "사내대장부라면 헤어진지 사흘만 지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볼 정도(괄목상대副目相對)로 달라져야 하는 법이라네."라고 대답했다.

이는 장수가 전쟁터에서 병사들과 부대끼며 경험을 쌓는 것 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쌓고 여기서부터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유명한 이야기다.

마오쩌뚱이 대장정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책을 손에서 떼지 않았던 건, 예로부터 이러한 문화전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현장이나 경영현장이나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영인들이 영업에 뛰어다니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차분히 앉아 옛 사람들이 알려주는 지혜를 찾아내는 일도 현장경험 못지않은 일 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 많은 경영인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


직장에 독서경영을 도입하려는 경영인이 많다. 혼자 해봤더 니 독서의 긍정적 효과를 알게 되었고 다른 직원들도 자신처럼 변화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혼자하는 독서와 함께 하는 독서의 가장 큰 차이 점은 뭘까? 우선 대화와 토론을 통해 내 생각과 남의 생각을 접목하고 그 속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 책을 읽으면 저자와 서로 대화하면서 자신의 생각과의 접점을 찾아낸다. 여럿이 함께 읽으면 나와 저자, 그리고 동료가 조화를 이룬다. 나와 저자의 생각이 있는데 여기에 동료의 생각이 하나 더 보태진다. 그렇게 되면 혼자 읽을 때 알지 못했던 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독서경영은 소통문화를 만든다

독서경영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이점은 소통 기능 이다. 성공하는 직장은 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다. 부서원간의 대화, 리더와 팔로워와의 대화, 같이 입사한 동기들끼리의 대화,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팀원끼리의 막힘 없는 대화가 필수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블룸버그 등 미디어 기업에서는 직원들 간의 대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칸막이가 전혀 없는 사무실을 운영한다. 온라인으로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음에도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서다.

대화와 토론이 없는 조직은 상호이해 문제가 크다. 소통이 부족하면 팀원이 팀장을 믿지 못하고 팀장은 부서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소통이 일방적이면 말하기 좋아하는 리더는 늘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동의하거나 부정의견을 내지 않는다. 또한 부서간의 소통이 부족한 경우 극심한 알력과 불화가 상존한다. 영업부서는 지원부서 사람들이 현장을 모르면서 규정만 따진다고 비난하고, 지원부서는 영업부서 직원들이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뒷담화를 한다. 만나서 대화하면 풀릴 것을 서로 다른 부서를 욕하며 불협화음만 높아진다.


단순하게 강의를 듣고 읽는 행위는 학습효과가 적다. 프랭크 오펜하이머는 "무언가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은 남을 가르치기다. 그런데 남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특정사람만 가질 수 있는 능력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요약해 정리 및 발표하는 건 약간의 노력과 연습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많은 조직에서 실행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로는 동대문 정보화도서관의 예를 들 수 있다. 이 도서관 에서는 관장을 비롯한 사서들이 직접 책을 골라 읽고 강연 자료를 만들어 도서관 회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고 있다. 사서들 은 주로 인문고전을 읽고 정리해 두 시간 가량의 인문고전 강연을 한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유명 저자나 인문학 강사를 초청하지만 여기서는 사서들이 직접 한다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 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너무 오래된 사람의 말이라고 무시하지는 말자. 책이 주는 가치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사는 우리에게 지나간 과거 사람들을 알려 주는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통해 얻는 지식과 정보는 현재에 관한 것들, 누군가 가공한 정보, 쉽게 접할 수 있는 피상적인 것들이다. 하지만 책은 2천년이 넘게 기록된 인간이 살아온 역사를 알려 준다. 그리고 그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바로 그 깨달음이 바로 책에서 얻는 두 번째 유익이다. 오늘 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얻는 피상적 지식도 나름 의미가 있다.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오늘 벌어지는 일이 진짜로 진실일까? 오늘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은 이전까지 해왔던 것과 같은 방법을 써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다보면 무언가 해답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상당한 리스크가 있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우리 조직은 어떻게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깨달음. 또는 통찰력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깨달음과 통찰력은 우리에게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많은 경험, 생각과 사유, 오랜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이 충만해야 가능하다.


사람은 조금씩 성장할 때 삶의 재미가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낫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성숙했으면 좋겠다. 그런 욕망이 있다면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을 잡는 것이다. 세계적 대부호 워렌 버핏은 어릴적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발견한 책으로 투자자의 삶을 시작했다. 스무 살에 성공한 마크 주커버그가 경영서적을 읽지 않을 수 없었던 건 스스로 성장하지 않으면 리더로 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워렌 버핏이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부자를 꿈꿀 수는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 돈 많은 인생, 그 하나뿐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최대한 키우며 사는 건 괜찮은 인생방향 아닐까?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건, 부모에게 어떤 달란트를 받았건, 주어진 모습을 잘 살펴보고 이를 키워야 하는 건 어쩌면 이 땅에 태어난 의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목적에서 독서경영으로 책을 읽는 건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책 한 권을 서재에서 골라 가방에 넣는다. 그리 고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때로는 사람들이 있는 강연장으로 이동한다. 짬짬이 읽어 책 속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의 진실이 옳은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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